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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여행기] 4대가 함께 떠난 베트남 가족여행

작성자
해오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작성일
2025-02-19
조회
97

[배리어프리 여행기] 4대가 함께 떠난 베트남 가족여행


장애인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가정은 현실적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장애 가족은 치료와 재활에 필요한 의료비, 특수 교육비, 돌봄 비용 등 비장애인 가정보다 추가적인 경제부담이 발생한다. 장애인 가족 구성원을 가족이 서로 보살펴야 하는 책임감에 정신적 피로감도 누적되어 있다.

사회적으로는 주변 사람들 시선이 두려워 외출을 회피하는 고립감 속에 생활한다. ‘긴병에 효자 없다’라는 속담처럼 장애 가족에게는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더욱이 장애 가족을 힘들게 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투명이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 중에는 아이를 세상에 혼자 두고 떠나는 것이 두려워 아이를 먼저 보내고, 다음 날 하느님 곁으로 가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리는 분도 있다.

장애를 극복하고 싶은 간절함은 장애인 가족을 둔 가정에 공통 소원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장애를 극복하기는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만큼 어렵다. 다만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비장애인처럼 사회일원으로 함께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을 가족은 기대하고 있다. 가족들은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다르지만 더욱 빛나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장애인 가족을 사랑으로 보듬고 있다.

뇌병변장애인 후니네 가족도 후니가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길 응원하고 있다. 엄마 생일 축하를 핑계 삼아 특별한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도 후니에게 세상 경험을 쌓아주고 싶어서다. 3살 조카부터 89세 할머니까지 4대가 함께 했다.

여행을 통해 후니를 향한 가족의 애틋한 마음을 피부로 느끼며, 장애를 이겨내는 것이 가족에 사랑임을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언제?’ ‘어디로?’ ‘몇 명이?’ ‘무엇을 할 것인가?’

여행은 준비하는 시간이 더 설레고 흥분이 된다. 대가족 여행에 시기는 참석률을 고려해 방학 시즌, 숙소는 온 가족이 머물 수 있는 풀빌라, 겨울이라 따뜻한 날씨에 여행지, 비행기 거리가 짧은 곳, 아이들과 어르신이 다 즐길 거리가 있는 곳, 여행지 이동 최소화, 가성비가 좋은 곳 등 조건에 적합한 곳이 베트남 나트랑 빈펄 리조트였다.

서울에서 14명이 출발하고, 미국 큰애 가족 4명은 베트남에서 합류했다. 올해 89세 장모님과 84세 어머님은 연로하셔서 자력으로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 두 분은 어쩌면 마지막 해외여행일 수 있다는 판단에 가족 모두 동의해 함께 모셨다.

문제는 후니와 두 어머님은 휠체어를 이용해야 했다. 휠체어 이용자 셋과 함께 해외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가족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신 두 어머님 얼굴에 어린아이 미소가 흐른다. 몸이 불편한 손자 때문에 까맣게 탄 가슴이 화사한 무지개가 된 듯. 함께하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후니 곁을 떠나지 않는다. 5시간 비행 후 늦은 밤에 도착한 베트남은 촉촉한 비가 우리를 반긴다.

승용차, 비행기, 버스, 모터보트, 버기카를 갈아타고 온 긴 여정인데 피곤이 즐거움이 된다. 여행이 주는 긍정에 에너지다. 겨울에서 초가을로 시간을 이동해서 적당한 기온이 빗방울 되어 볼에 와 닿는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가 속삭이듯 이곳이 남쪽 나라임을 알려준다. 내리는 비에 충분한 영양분을 흡수해 짙은 초록으로 단장한 나무와 풀에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다. 평화롭고 조용한 리조트 숙소에 짐을 내리고, 첫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나눈 웃음소리로 여행을 시작한다.

세대를 초월한 추억 만들기는 리조트에 다양 인프라 덕분에 지루함 없이 진행됐다. 구름 낀 쌀쌀한 바닷가! 작은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노는 손주들을 보며 웃음 짓는 어머님들, 철부지 조카들 움직임에 손뼉 치며 즐거워하는 후니, 마치 4대가 주인공이 된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애들은 놀이기구에서 함성을 지르며 놀고, 휠체어 탄 후니와 두 어머님은 동물원과 대관람차를 유람하고, 매형과 이모는 라운딩했다.

각자 세대와 속도는 달랐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맞잡은 손길 속에서 더 없는 가족에 소중함이 담겨있다. 함께여서 더욱 빛나는 시간이었다.

우기 끝자락 베트남은 낮에는 여행하기 알맞은 날씨였으나, 수영을 즐기기에는 물이 차가웠다. 아이들과 후니는 수영장에서 차가움을 감수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지켜보고 계시던 두 어머님이 손주들과 물놀이를 함께하려고 수영장으로 들어오신다. 걱정에 모두를 긴장시킨다. 두 어머님도 수영장에서는 움직임이 자유롭다.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 수영은 참 좋은 운동인 것 같다. 가족이 함께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고, 쇼핑몰 거리를 거닐며 소소한 추억을 쌓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는 현란한 조명 속에 화려하게 펼쳐진 분수 쇼와 야외 뮤지컬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은 세대를 초월해 가족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휠체어를 밀어준 손주들을 위한 어머님이 계산한 점심과 미국 큰애의 깜짝 이벤트는 감동이었다.

낯선 입맛이지만, 손주들 취향에 맞게 베트남 현지 음식으로 선택한 어머님과 마지막 날 숙소 바비큐 파티를 기획해 가족에게 큰 추억을 안겨 준 큰애 센스가 여행을 고급지게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가족들이 나누는 대화가 식탁을 희망과 화목으로 장식했다.

3박 동안 연로하신 할머니들을 챙기고, 몸이 불편한 후니을 서로 보살피는 가족 모습에서 장애 가족으로 우울했던 마음이 기쁨으로 변했다.

후니도 가족들에 따뜻한 사랑을 많이 받고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힘들지만 같이 걸어갈 것이고, 어렵지만 함께 있어 줄 가족이 있어서 행복한 여행이었다.

후니 앞날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가족은 늘 곁에서 응원할 것이다. “삼촌 몸이 아프니까 내가 크면 삼촌을 많이 도와주고, 휠체어도 밀어줄 거야!”라고 말하는 5살 손녀의 말은 가슴에 작은 울림을 준다.

출처 : 한국장애인신문